지리 서북능선 종주
올해 지리태극을 완성하지 못했다.
5월과 8월 두번 도전해서 두번다 천왕봉에서 중탈을 했으니 그 아쉬움이 많다.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위해 한방에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 자신에게 선물하기 위해 길을 떠나본다.
다음주말에 백두대간을 졸업하면서 지리주능을 걷고 오늘 지리 서북능선을 걸으면 아쉽지만
지리태극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 날씨는 춥고 바람도 거세게 불어대니 잠시 마음이 약해진다.
그래도 이왕 길을 나서기로 했으니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서본다.
언 제 : 2016년 10월 29일(토)
누구랑 : 나홀로
어디를 : 지리 서북능선 (성삼재에서 인월까지)
지리 서북능선.......^^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걷고 올줄 알았다.
그런데 왜 이리도 곳곳에서 추억이 튀어 나오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성삼재를 들어서자 마자 바로 만나는 당동마을에서 올라오는 곳에서 부터
견두지맥 답사산행을 하면서 파티를 즐겼던 묘봉치, 한겨울의 만복대, 한겨울에 삼겹살 파티를 벌였던 세동치, 덕동마을에서 허벅지까지 쌓인 눈을 러셀하고 올라왔던 세걸산, 바래봉 산행후 하산코스였던 팔랑치, 봄이면 철죽산행 겨울이면 눈 산행을 함께 했던 바래봉까지 함께했던 산우들의 웃음소리와 얼굴들이 떠올라 서북능선을 걷는내내 함께했다.
산행후 대전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그 추억의 감정을 혼자서 추스를 수 없어서
큰골님과 앵경언니한테 연애편지를 문자로 보내고야 말았다.
ㅋㅋ~ 두분께 연애편지의 답장은 받았다.
홀로 걸었던 지리 서북능선 종주....이렇게 해서라도 지리태극길을 올해 완성할 수 있게 되어서
마음이 홀가분해 졌다.
새롭게 단장된 만복대 탐방로 입구에서^^
생각했던 거 보다는 춥지 않았다.
산방기간에 만복대를 오르려면 당동마을에서 올라가면 된다.
첫 봉우리인 작은고리봉
올라오면서 입고있던 고어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산수유 축제를 하는 상위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묘봉치이다.
한겨울에 이곳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고기를 굽고 묵무침을 해서 먹었던 그 날의 추억이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만복대 오름길에 양쪽에 있던 나무기둥 말뚝들이 모두 뽑혀 없어져 버렸다.
이곳은 분명 만복대 샘터 가는 길이다.
샘터 글씨가 선명하게 써 있어던 말뚝은 없어 졌지만 샘터가는 길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언제 시간나면 만복대 샘터도 둘러봐야 겠다.
만복대 정상 큰 바위아래 비박터이다.
비박텐트 두동은 무난하게 칠수 있을거 같다.
누군가 불을 피운 흔적이 남아있다.
지태때 올라왔던 생각만 하고 이곳에서 일출을 볼 계획으로 올라왔는데
만복대 올라오는데 두시간이 걸리지가 않았다.
바람은 불어대고 사방은 깜깜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왔으니 인증은 남겨본다.
정령치 휴게소 내려가는 길이 끝까지 계단이었는데 지난주에도 없었던 길이 새로 생겼다.
중간에서 계산이 뚝 끊기고 이렇게 큰고리봉으로 바로 이어지게 해 놓았다.
정령치에서 큰고리봉으로 바로 가는 길이다.
우측으로 정령치 대피소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지만 식수가 여유가 있어 그냥 통과한다.
큰고리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쪽으로 금방이라도 붉은 해가 떠오를것만 같아
한참을 기다려 보지만 안떠오른다. 기다리다 기다림을 즐기지 못하고 그냥 산행을 이어간다.
큰고리봉에 올랐다.
날씨는 차가움이 느껴졌지만 상쾌했다.
큰고리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만복대 방향의 운해가 장관을 이룬다.
아름다운 지리산이다.
운해에 둘러쌓이 만복대.
떠나기전 다시 바라본 천왕봉
세걸산을 가도가도 안나오는 세걸산 이라고 한다.
큰고리봉에서 세걸산을 갈때마나 마음을 비우고 간다.
그리고 저렇게 두번의 밧줄을 만나고 나면 바로 그 다음봉우리가 세걸산이다.
세걸산은 그냥 밧줄이 나올때까지 아무생각 없이 걸으면 된다.
세걸산 오르기 전의 바위
이곳에서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지리 능선에 대해서 설명을 듣던 곳이다.
저 아래가 덕동마을이다.
덕동마을에서 한겨울에 세걸산을 오르기 위해 무릅까지 쌓인눈을 러셀하고 올라온 때가 생각났다.
뒤돌아본 큰고리봉 방향의 운해.
천왕봉이 버티고 있는 지리 주능선을 계속 옆에두고 걸었다.
세걸산에 도착했다.
세걸산에서 뒤돌아본 큰고리봉 방향의 운해^^
세걸산에서 바라본 바래봉 운해.
세동치 샘터를 내려가 볼까 하다가
오늘은 산행하면서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아 그냥 지나간다.
세동치 샘터에 가면 함께 웃고 고기굽고 어묵탕 끓이던 산우님들의 웃음소리가 더 생생하게
들릴것만 같아서다.
혼자서 쓸쓸하게 세동치 샘터를 찾은 내 모습이 오늘은 맘에 들지 않았다.
안개에 휩싸인 팔랑치
보기에는 이쁘지만 이슬에 등산화도 바지도 모두 젖어 버렸다.
기존에 있던 철죽길 데크가 철거된 자리이다.
지금 팔랑치 철죽 데크는 새로 길을 내서 공사가 한창이다.
팔랑치 철죽데크 찾는 공식이 있었다. 우로 들어가 우로 좌로~~ 어쩌구~~
근데 그렇게 어렵게 공식을 외울 필요가 이제는 없어졌다.
그냥 철죽 봉우리 전에서 우틀해서 철죽밭 삼거리에서 한번만 우틀하면 저렇게 철죽데크 전망대가
떡 하니 나타난다.
저놈을 타고 넘어 내려가면 좌측은 팔랑치 쪽이고 우측은 바래봉쪽이니 무조건 우회전해서 가면
된다.
지금도 계속 공사중인 팔랑치 철죽 계단.
기존 계단을 철거하고 새롭게 새로운 길로 계단을 다시 만들고 있다.
지금도 아름답지만
겨울이면 눈꽃으로 더 아름다운 바래봉 임도길이다.
바래봉 샘터.
물 한모금 마시고 바로 진행한다.
바래봉올라가는 길은 지금 한창 계단 공사가 진행중이다.
기존 길로 올라가니 공사하시는 분들이 편안하게 계단만들어 놨으니 계단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그러시고 또 물으신다.
"계단으로 올라 가니께 편하쥬?"
"네~~"
바래봉 아래부터 정상까지 계단 공사중^^
바래봉에서 뒤돌아본 큰고리봉 만복대 운해.
걸어온 능선 길이 보인다.
올해 처음 찾은 바래봉에서^^
바래봉아 잘있거라~~
올해는 내가 너를 이렇게 만나고 가지만
내년에는 더 길게 태극을 그리고 와서 우리 서로 만나보자.
지리 서북능선 마지막 봉우리인 덕두봉이다.
흥부골 자연휴양림 쪽으로 내려가는건 운봉환종주 길이다.
지리태극길은 마루금을 따라 구인월 마을로 내려가야 한다.
여기까지 낙엽을 밟으려 계속 내려오기만 하면 된다.
오늘은 일단 여기서 기존 태극길대로 좌회전을 해서 내려온다.
벌레먹은 콜라비. 농약을 않한 유기농 이겠지^^
맛나 보인다.
내려오느길에 사과가 탐스렇게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태극길은 아니었지만 혼자서 구인월 마을회관 앞에서 서니 기분이 새롭다.
한결 가볍고 편안해짐을 느겼다.
지리 계곡에만 추억이 쌓여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간단히 걸어본 지리 서북능선에서 수많은 추억과 만나면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삶에서 지금 이 순간도
먼훗날 추억이 될 수 있을테니
항상 지금을 아름답게 열심히 살아야 겠다.
아코....이럴줄 알았으면 시간에 신경을 좀 쓰고 걸을걸 그랬다.
8시간 안쪽으로 완주가 가능할 수도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고^^